1991년,
걸프전 당시 네덜란드 해커들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을 교란시키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한 적이 있다. 후세인이 이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커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준 좋은 사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넷이 확산됨에 따라 누구나 익명으로 특정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특히 해커들의 사이버공격은
일종의 테러 행위처럼 위협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사이버 테러는 ‘정치적·이념적·경제적·종교적 또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또는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사이버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1986년, 독일에서 소련 해커가 붙잡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정보를 훔치려고 관련 연구소
컴퓨터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이라크로 수출된 미국의 프린터 메모리칩 속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이라크의 모든 네트워크로 스며들었다. 연합군 전폭기가 바그다드 상공에 떠올랐을 때 이라크
방공망은 바이러스에 의해 마비된 상태였다.
1998~99년,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항공우주국(NASA) 컴퓨터가 1년 넘게 해킹
당해 핵무기 정보가 유출됐다. ‘달빛 미로(Moonlight Maze)’라 명명된 이 사건은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여겨졌으나 범인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1999년 봄,
3월부터 6월까지 나토군이 코소보를 폭격하자 유럽의 해커들이 나토
컴퓨터에 디도스(DDoS), 곧 분산 서비스 거부(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공격을
가했다. 디도스는 해커가 고의로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를 악성 코드(바이러스)로 감염시킨 뒤 이 컴퓨터를 원격
조종하여 악성 코드가 지정한 시간에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다발적으로 접속을 시도하게 함으로써 특정 사이트가 과부하로
접속 불능 상태가 되어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끔 공격하는 사이버 테러 행위이다.
1999년 8월,
중국의 해커가 대만 정부의 웹사이트에 중국 국기를 내걸고 중국 영토라고
선포하자 격분한 대만 해커들이 중국 정부기관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2000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커들이 4개월간 상대국 주요 기관의 웹사이트를
무차별 공격했다.
2001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을 빌미로 해커들이 나서서 상대
국가를 공격했다. 백악관과 뉴욕타임스 사이트가 잠시 먹통이 됐다.
에스토니아,
한 달 가까이 사이버 공격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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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그루지야와의 전쟁 당시 러시아는 그루지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 사회를 혼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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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봄,
미국 해군 네트워크전쟁사령부(Netwarcom)는 첨단기술을 빼내려는
해킹이 날마다 수백 차례 발생하는데, 그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비난했다.
2007년 4월 27일,
에스토니아 공화국의 정부, 언론, 방송, 은행의 전산망이 일제히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인구 150만명의 기술선진국이다. 수도인 탈린 중심부에
있던 소련의 전승 기념물을 국군묘지로 옮기는 것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계 주민들이 소요를 일으켰고, 이 와중에 러시아
지지자들이 인터넷이 발달된 에스토니아에 사이버 공격을 가한 것이다.
공격의 강도는 해커나 특수집단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국가 수준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처음에는 러시아 정부에 연결된 컴퓨터가 공격에 개입한 듯했다.
이어 전 세계의 컴퓨터 수천 대가 일제히 공격에 가담했다. 특히 봇넷(botnet)이 위력적이었다. 봇넷은
컴퓨터의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악성 코드에 감염되어 사이버 공격에 징발된 컴퓨터, 곧 좀비 컴퓨터의 집단을
가리킨다.
봇넷은 특정 사이트에 가짜로 대량의 정보를 요청하여 기능을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을 했다. 100만 대 이상의
컴퓨터가 동시에 디도스 공격을 펼쳐 한 사이트에 초당 5000번이나 접속을 시도한 적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에게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 5월 9일 최대 규모의 공격이 벌어져 주요 기관 사이트의
접속이 불가능했다. 에스토니아 사태는 한 달 가까이 국가 전체를 공격한 전면전 양상을 띠었기 때문에 사상 최초의
명실상부한 사이버 전쟁으로 여겨진다.
2008년 8월,
러시아 탱크가 그루지야공화국을 침공할 때 러시아 해커들은 그루지야의
정부와 금융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가해 사회를 마비시켰다.
2009년 1월,
러시아 해커들은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 사이트를 공격했다.
2009년 7월 7일,
디도스 공격으로 청와대, 조선일보,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기관과
백악관, 국무부, 야후 등 미국 사이트가 피해를 입었다.
2007년 에스토니아, 2008년 그루지야, 2009년 한국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국가 주요기관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사이버 전쟁의 초기단계 양상을 띤 사이버 테러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전쟁은 군대를 동원해 적의
군사시설에 직접적인 공격을 하는 전쟁과 달리 군사·교통·금융 등 정보통신망을 마비시키는 해커들의 머리싸움이다.
사이버
전쟁의 전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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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이버 전쟁의 1단계 공격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적성국의 전화국에 집어넣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전화교환기의 잦은 불통 또는 고장으로 기간통신망이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컴퓨터 논리폭탄(logic bomb)과 전자 펄스 폭탄을
사용하여 주요 정부 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한다.
논리폭탄은 특정한 시간에 활동을 개시하여 컴퓨터 파일에 있는 데이터를 지우도록 프로그램 된, 일종의 시한폭탄과
같은 컴퓨터 바이러스다. 논리폭탄으로 상대 국가의 항공교통 관제시스템과 철도노선 배정시스템의 컴퓨터를 마비시키면
비행기들은 엉뚱한 공항에 착륙하고 군수물자를 실은 화물열차들은 엉뚱한 행선지로 내달리는 사태가 야기될 것이다.
한편 적성국의 수도에 침입한 특공대원들로 하여금 손가방 크기의 전자펄스(EMP) 폭탄을 중앙은행 근처에 놓아두게
하면 그 건물에 있는 모든 전자부품을 녹여 버리기 때문에 금융전산 시스템의 기능이 무력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