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모바일 산업을 구분하고 분석할 때 CPND라는 표현을 씁니다.
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 의 앞 글자를 딴 이 용어는 IT/모바일 서비스를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들의 분류 방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 영역에는 저마다의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있으며, 이 개별 기업들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타 영역과 제휴를 하거나 경쟁을 하게 됩니다.
Contents 영역은 기존의 뉴스, 미디어, 출판을 비롯하여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해당됩니다.
Platform 영역은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스 등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Network 영역은 흔히들 통신사라 불리우는 Telco의 영역입니다. 대부분 소속 국가에서 네트워크 사업 허가를 받는 공공재(Public goods-국방, 경찰, 소방, 공원, 도로 등의 재화 또는 서비스) 성격이 강한 탓에 로컬 사업이라는 제약사항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Device는 단말기, 장치를 말하는데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전자, 노키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CPND 개별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여러 영역을 ‘수직계열화’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라는 Device를 활용하여 iOS,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구축하였습니다. 마이크로소포트는 윈도우스우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피스’라는 태블릿 Device를 출시하기도 하였지요. 한국의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기반의 Contents 서비스를 Platform으로 키우고, 이를 다시 게임이라는 Contents의 활성화를 이루는 선순환을 구축하기도 하였지요.
이렇듯 IT/모바일 기업들은 저마다의 영역에서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해 다른 영역을 넘나들게 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영역은 유독 침투하기가 쉽지 않은데,
바로 Network 영역입니다.
네트워크 영역은 국가(혹은 정부)로부터 통신사업권을 허가 받아 대단위의 인프라를 선투자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통한 서비스품질(QoS)을 유지하고 제공합니다.
허가산업, 대단위투자 라는 두 가지 제약사항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들도 쉽사리 Network 영역을 넘보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조금은 색다른 뉴스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Contents 영역이었던 회사가, Platform 사업을 확대하더니, Device 회사를 인수하고, 이제는 Network 영역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회사는 바로 구글(Google)입니다.
구글은 검색서비스라는 단위 컨텐츠 서비스를 시작으로, 웹 기반의 크롬(Chrome)OS와 모바일 기반의 안드로이드를 확산하며 어느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스를 넘나드는 플랫폼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계 최초의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Device 영역마저 진출하였습니다. 이런 구글이
이젠 네트워크
사업자의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하는군요. 그것도
기존의 Telco 들이 진출한 방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말이지요.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글의 네트워크 사업,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 5월 27일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 등 신흥시작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서비스 지역은 사하라 이남 아픠카와 동남아시아 오지 지역으로서 기존의 무선 네트워크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정보 소외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는 '주파수'라는 국가 차원의 자원을 '사업권'이라는 라이센스가 필요한 규제사업입니다. 구글은 이러한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케냐를 비롯한 나라들의 규제 당국과 방송 전파를 무선 네트워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 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수백 평방마일 떨어진 지역까지 신호를 전송하는 고고도(高高度) 플랫폼(high-altitude platform)이라는 특수한 소형 비행선을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무선 네트워크는 기지국과 단말기 간의 신호 전송을 위해서는 LOS(Line of sight) 라고 불리는 가시권에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고도가 높은 곳에 기지국이 위치해야 합니다. 흔히들 기지국이 철탑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원리이며 구글은 철탑 같은 구조물 보다 훨씬 높은 곳에 비행선을 띄워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자 합니다.
높은 고도에 비행선을 띄워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구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용자들의 단말기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가 스마트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구글의 네트워크 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 말에는 시험 서비스였던 고속인터넷 사업인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를 사업화하였습니다. 구글 파이버는 초기 설치비 30달러만 지불하면 7년동안 무료로 5Mbps 속도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유료 서비스를 통해 그 이상의 속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 최초에는 캔자스 시티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현재는 텍사스 오스틴과 유타 프로보 지역으로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파이버 서비스를 학교와 병원, 도서관 등 공공 기관에는 기가비트 속도의 인터넷망을 무료로 공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의 네트워크 사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글은 지난 2013년 1월 뉴욕의 맨하탄 일부 지역에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오픈하였습니다.
무료 와이파이라 함은, 이동통신에 상관 없이, 별도의 와이파이 접속료 없이 WiFi가 탑재된 스마트폰, PC 모두가 접속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말합니다.
서비스 오픈식에는 구글의 벤 프라이드 최고정보책임자(CIO)뿐만 아니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참여할 만큼 그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 왜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는가?
자, 이젠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글은 왜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무료 서비스의 형태로 말입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망(
지난 2013년 1월, 프랑스 텔레콤(FT) CEO 스테판 리처드(Stephane Richard)는 TV 인터뷰를 통해 구글이 자사 네트워크를 사용함에 있어 일정 수준의 망 이용료를 지불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망중립성이란, 공공재인 네트워크를 이용 및 접근함에 있어 차별적인 조치를 받지 않음을 의미하며(이것이 망 무료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의 경우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망중립성 이슈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텔레콤은 프랑스 1위의 통신 사업자입니다.
이 소식이 놀라운 것은, 구글과 같은 서비스 기업이 통신회사에 망사용대가를 지불하는 보기 드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전세계 서비스 1위 기업인 구글이 말입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구글이 신흥 시장인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이동통신 서비스인 오렌지 텔레콤을 통해 아프리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구글은 프랑스 텔레콤과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입니다.
만약 구글이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하고 무료
이동통신, 와이파이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여느 통신사 못지 않은 커버리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구글의 네트워크 확장 전략은, 그들의 서비스를 보다 더 원활하게, 통신사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확대하기 위함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구글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전세계 최대, 최고의 서비스 기업입니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이라는 플랫폼을 보유하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스를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였고,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75%를 넘나들고 있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마저도 장악하였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한 것은 그 기반 위에 더 많은 서비스와 광고 매출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무료 네트워크 사업도 같은 맥락입니다. 구글은 이미 무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그것을 수익화 하는 것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구글의 네트워크 전략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무료 서비스와 공공 서비스를 앞세워 '착한 얼굴'로 우리 앞에 설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착한 구글'의 얼굴 뒤에는 CPND 가치사슬(Value Chain) 중 마지막으로 남은 Network 영역마저 통일하겠다는 야심이 숨어 있음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네트워크로 세계를 장악 하려 드는 구글이 [선한 구글]이 되도록 기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