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에겐 웃음이 있다. 반대로 금은 보석으로 치장했다손 치더라도 웃음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못하다.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은 웃음을 주는 사람이고 필요한 일은 웃음을 주는 일이다.

 

요즘 신랑을 고를 때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한다. 부모들은 잘 웃고 웃기고 유머가 넘치는 총각을 딸에게 권한다고 한다. 한평생 목석 같은 남자와 살면서 그 지겨웠던 삶의 고통에서 얻어진 지혜일 것이다.

 

TV 프로그램도 그 주제가 눈물을 짓게 하는 내용이더라도 그 결론이 보편타당 한 웃음을 선사하며 끝내 주는 프로가 좋은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코미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는 1980년대 [유머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라고 생각된다. 김형곤씨가 비룡 그룹 회장으로 나왔던 이 코미디는 당시의 사회분위기와 맞아 떨어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잘돼야 될 텐데] [잘될 턱이 있나] [밥 먹고 합시다]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나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하며 윗사람 비위 맞추는 기회주의자 이사 역을 맡았던 김학래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손놀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한 때 개콘의 [생활사투리 코너]도 재미있었다. [내 아를 나아도] [음마, 거시기 허요] 등의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는 모호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영남에서 길을 물어보면 [요래 요래 요래 가면 됩니더]라고 한다거나 호남에서 [거시기 했남] [그럼 거시기 혀]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경우와 같다. 사투리의 강점은 자신들의 언어를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일종의 쾌감도 있지만, 친밀감과 함께 지역민들에게는 강한 연대감을 준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웃음도 메말라간다. 한국인의 소탈한 웃음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 하회탈이다. 눈 꼬리가 아래로 흘러내린 하회탈의 웃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친근감을 느낀다. 삭막한 세상이다 보니 하회탈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자고(自古)로 웃음의 형태는 다양하다. 소리 없이 웃으면 '미소(微笑)', 떠들썩하면 '홍소(哄笑)', 크기만 하면 '대소(大笑)', 얼굴의 주름살이 펴질 정도로 유쾌하고 활달하게 웃으면 '파안대소(破顔大笑)'다.

 

눈웃음, 너털웃음이 있는가 하면, 표정변화 없이 소리만 내는 헛웃음도 있다. 웃음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조소(嘲笑), 비소(誹笑), 냉소(冷笑), 코웃음은 남을 얕보고 깔보는 빈정거림이 담겨 있어 차라리 웃지 않는 것만 못하다.  진정 어린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만나고 나면 아름다운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람....

 

어느 코미디언은 유언(遺言)을 남겼다. 그가 죽은 다음 비석(碑石)에 써달라는... 그 비문의 내용은 [웃기고 자빠졌네]. 그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웃음은 건강을 위한 묘약(妙藥)이라고 한다. 웃음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공짜다. 웃음은 세계 공통의 언어... 수 천 가지의 말이 있고, 수 만 가지 방언이 있지만 웃음이란 언어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지리학자 김찬삼 교수가 아프리카를 무전여행 하다가 식인종에게 붙잡혀 갔다. 죽을 자리에서 추장과 눈이 마주칠 때 마다 애써 미소를 보냈더니 죽이기는커녕 융숭한 대접을 받고 부락을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저서에 [미소는 만국(萬國)의 언어]라고 썼다.

 

우리를 웃기시는 하나님을 믿는 주님의 백성들은 웃고 웃기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겠다.(장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