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에서 제법 큰 규모의 교회가 소위 [문화사역]을 본격적으로 벌인다는 말을 듣고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염려와 걱정이 더 컸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그 때에 너희가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속을 좇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엡 2:2).”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풍속’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영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풍속은 행위(doing), 방법(way), 방식(manner), 과정(course), 관습(custom), 전통(tradition)등으로 그 뜻을 확대해서 이해할 수 있으며, 결국 전체적으로 한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의 흐름 전체로 볼 수 있다.

 

'문화(culture)‘는 언뜻 영적이기 보다는 매우 인간적이며 이성적이며 감성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이지만,  위 말씀에선 문화와 영과의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누누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에 있던 애굽이나 앞으로 가게 될 가나인 땅의 풍속을 좇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애굽이나 가나안의 풍속은 단지 그 민족들의 종교적인 성격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이요 문화요 민족성이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선 그들의 문화를 따르지 않기를(아무리 좋아 보여도) 경고하셨다. 결국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거룩한 백성이 되기 위한 첫 단계는 문화적 순결이었다.

 

문화사역, 또는 문화선교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교회 안에 들어왔지만, 교회의 문화를 세상에 전하는 것인지, 세상의 문화를 역이용하여 교회를 성장시키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다.  때로는 문화는 압살롬의 수북한 머리카락이나 사울 왕의 칼과 같아서 자기 자신을 파멸케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서서히 인간의 전통과 왜곡된 법률로 변질되어 하나님을 대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강하게 그들을 꾸짖으신 것이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는 어찌하여 너희 유전(전통)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뇨(마 15:3).”

 

오늘날 교회들과 사역 자들에겐 어느덧 너무나 굳어져서 의미는 약해지고 형식만 남아버린 예배와 모임과  헌금 종류와 절기와 언행과 직분이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전통이 되어버렸는데도, 아무도 용기 있게 이것들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부터 해 왔기에, 다른 교회들, 다른 나라들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기에, 또한 나름대로 그런 전통의 형식을 통해 ‘열매’라고 부를 수 있는 좋은 효과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잡기에는 너무 늦었고 너무 우리에게 익숙해져서 뭐가 잘못 된 것인지 분별이 안 되기 때문에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대한 문화와 전통이 그렇다. 심지어는 불신자들조차 크리스마스에 대해 많은 의문점들을 제기하고 있는데, 교회는 그저 행사와 모임과 노래와 문화 속에서 습관처럼 크리스마스 전통을 누리기만 할 뿐이다.
 

바울은 단호하게 위 말씀을 통해서 세상 풍속의 뒤에는 공중 권세 잡은 자, 곧 마귀의 영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선포하고 있으며, 로마서 12:2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표준새번역 롬 12:2)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교회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시대의 풍조가 너무나 많이 섞여 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일로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특정한 날만 기념하는’ 세상 풍조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는 무슨 기념일인가? 부활절도 마찬가지이다.

 

초대교회에선 모든 예배와 모임이 주님의 탄생, 죽으심, 부활하심, 다시 오심을 기억하는 시간들이었다.  현대와 같이 평소에 주님의 공로를 잊고 살다가 성탄절이나 고난주간이나 부활절에만 특별히 기억하는 식이 아니었다.

 

CCM 그룹 퍼스트 콜(First Call)의 "After December slips away"라는 곡의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The season comes but once a year
A gift of precious wonder
For all who hold it dear

 

그 날을 귀중히 생각하는 모든 자들에게
값진 경이의 선물과도 같이
성탄은 일년에 한번 밖에 오지 않습니다.

 

But past the sights and colored lights
Lord, far beyond December
I will remember

 

그러나, 성탄의 풍경과 화려한 불빛들이 사라지고
12월이 훌쩍 지나가버려도
주님 저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주님은 단지 12월의 주님이 아니시다. 우리 평생의 주님이시다.  우리가 어떤 문화와 전통과 관습을 분별없이 받아들일 때 그 배후의 영적인 세력까지 받아들이게 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음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문화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신앙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