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살결에 퉁퉁 부은 다리.
집게손가락으로 꾹 누른 자리는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손가락 자국만을 남기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 작은 변화에 순간순간 속으로 얼마나 당황하는지.
한 달째다. 간암 선고를 받은 지도.
오른쪽 배가 아프시다더니…… 병원에서부터 조금씩조금씩 차오르던 배는 이제는 정말 만삭의 임산부만큼이나 부어올랐다. 퉁퉁 부은 다리에 걷기조차 힘들어하신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금씩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목이 메일 뿐이다.
밤만 되면 어김없이 배의 가장 볼록한 부분에서 한없이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헛구역질만 하고 그럴 때마다 숨이 막히는지 붉게 질려버린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잘못될 거 같아 초조하고 불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함이 새삼 한스럽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쯤은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몇 개월 전 그토록 바라던 '내 집'의 꿈을 이루셨다. 집에 내려가면 커튼 하나 바꾼 작은 일까지 자랑하며 참으로 행복해하셨는데.
그 행복을 다 느끼기도 전에 하늘은 너무나 큰 고통을 엄마에게 안겨주셨다.
고목나무 껍질에 비교해도 될 만큼 꺼칠한 엄마의 손. 평생을 고생만 하셨는데. 작은 그렇게 얻은 작은 행복인데...
하늘이 너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의지가 아주 강한 분이라서 잘 이겨낼 거라고 믿었는데 아픈 덴 장사가 없나 보다.
좀처럼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시는 분인데 아프다고 울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눈물만 흘렸다. 사람들은 내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니까 굳게 마음먹고 엄마 앞에서는 눈물을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고.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너무 두렵다.
단 한 번도 엄마가 내 곁에 없다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은 하기도 싫다. 얼마만큼 기도를 해야 기적이 일어나는 것일까. 얼마만큼.
― 행복 존재의 이유 님이 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