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방 교회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한국교회 문화에서 볼 때 너무 생소하고 이질적이어서 논쟁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염려가 있어 무척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안에서 그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그리고 동방교회에 관한 비전통신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뜻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동방교회는 단성론(monophysitism) 또는 반 칼체돈 교회라 불리기도 한다.
단성론(monophysitism)이란 헬라어로 ‘monos’ 즉 ‘하나, one, alone’와 ‘physis, 본성, nature’의 합성어로써 <그리스도에게는 오로지 한 본성만 있을 뿐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예수 안에는 하나의 본성만이 곧 인간의 본성을 흡수한 신적 본성만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이 사상은 두 가지의 교리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인간적 본성은 본질적으로 신의 완전한 본성에 의해 감추어져 있다라는 것인데, 이는 “꿀 한 방울이 바다에 용해된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교리는 그리스도는 완전한 인간 몸과 삶의 원리(living principle)를 갖고 있지만, 신적 로고스 (Divine Logos)는 오늘날의 ‘정신, 마음 (mind)’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누스(nous), 또는 사고 원리(thinking principle)’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티케스(Eutyches)나 아폴리나리우스(Apollinarius)에 의한 이런 극단적 교리는 <그리스도는 완벽한 신성과 인성을 갖고 있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칼체돈 공회와는 다른 이론이었다.
그래서 칼체돈 공회(451년 개최)와 동방 정교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나, 테오티코스(theotokos) 즉 <마리아는 신을 낳았다>라는 가르침에 반대해 크리스토코스(Christokos) 즉 <마리아가 이 세상에 낳은 것은 신이 그의 도구로 썼던 인간(신성의 기관이 되었던 인간)>이라고 주장해 이단으로 선고 받은 네스토리우스 주의(Nestorianism)와 함께 다시 출현하게 된다.
이러한 안티오키아 학파와 알렉산드리아 학파간의 교리 논쟁은 정치권과 맞물려 여러 회의를 통해 통합을 바랬던 사람들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두 학파간의 골 깊은 상처와 분열만을 남겨 놓았다.
그리하여 단성론자들과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안티오키아 학파로부터 분리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안티오키아 학파는 역사적 예수를 중시했고, 강한 문헌학적, 역사학적인 관심을 가졌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 비평의 선구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의 합리적 명석함을 추구하고, 스토아처럼 윤리적-인격주의적 요소에 관심을 가졌다.
반면에 알렉산드리아 학파가 가졌던 종교적 관심은 구원의 문제였다.
만일 예수의 인간성이 많든 적든 그 신성 속에 휩싸여서 그 결과 우리가 그를 동일성을 가진 것으로서, 전체로서 예배할 수 있게 되지 않는 다면 구원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것은 예수의 마음 (nous)이 신적 로고스와 통일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므로 신비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본성을 논함에 있어서, 예수님은 한 본성만 가지고 있는 데, 이 본성은 하나님의 신성만이 아니고, 그리고 인성 홀로 만이 아니라 이 두 개의 본성을 가진 하나의 본성이라고 한다. 이는 칼체돈 교회들의 고백과 반-칼체돈 교회들의 고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본성을 같은 의미로 그리고 같은 신학적 사실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동방교회들 특히 이집트의 콥틱교회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표현 방법인 <로고스가 육화 되신 한 본성>을 따른다고 말한다.
이는 서방교회는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철학적 언어를 빌려 표현하려 했고, 동방교회는 이를 신비로 이해하려고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에 쓴 내용이 복잡하고 난해한 교리 논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신앙을 가지고 표현하는 방법론의 차이로 결국 서방과 동방은 분열했다고 보고 싶다.(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