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신이치의 『행복의 경제학』에서 소개된 어린왕자의 이야기.

 

이 별에서 저 별로 여행을 하다 지구라는 별에 내린 어린왕자는 5000송이의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을 발견하였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작은 별에 혼자 두고 온 한 송이의 장미를 생각하며 엉엉 울고 말았는데, 그 때 여우가 나타나 어린왕자를 달래며 말한다.

“너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게 된 건, 바로 네가 그 장미꽃에게 많은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란다.”

 

독일의 아동문학가 미하일 옌데가 오래 전에 발표한 『모모』라는 동화에서도 ‘시간’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였다.

 

이야기의 주인공 모모는 단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아이였다. 그것이 그 아이의 ‘재주’였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통해 희망을 얻고,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찾았다.

싸우던 사람들도 화해하게 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빨리 일하고, 시간을 아끼고, 명성을 쌓고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은 여유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게 되었고, 모모는 뭔가 잘못됐다 생각을 하게 된다. 회색신사들은 다름 아닌, 사람들 저마다 에게 있는 ‘시간의 꽃’을 훔치는 ‘시간의 도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모모는 거북이와 시간 관리자인 호라박사와 힘을 합쳐 시간 도둑들을 물리쳤고, 사람들은 다시 밝아졌다. 시간이 예전처럼 풍부해진 것이다.

 

시간’은 자세히 보는 것을 허락하는 유일한 친구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오래 본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것을 통해 비로소 존재의 존귀함과 존재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

빨리만 지나치는 세상살이에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것들을 놓치고 말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조차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을 친구로 한다는 일은 자신을 소중히 키워가는 일일 뿐만 아니라,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 모모가 모든 마을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 각자에게 있는 ‘시간의 꽃’과 진정 친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탄은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부탄의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아직 이십 대의 젊은 나이이던 1972년에 각국의 정상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 말을 했다고 한다.

“GNP보다는 GNH가 더 중요합니다”

 

그는 경제선진국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이었다. 부탄은 2008년 공포된 최초의 헌법에 GNH(국민총행복)를 중심개념으로 반영하였다. 그야말로 행복이 국가발전전략인 셈이다.

 

쓰지 신이치에 따르면, 2006년 영국의 한 대학이 세계 각국 8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부탄은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90위였고 한국은 103위를 기록했다. 올해 UN이 발표한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56위를 기록했지만, 보고서는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유엔 인간개발지수 같이 객관적 지표에 비해 설문조사 방식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은 경향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탄은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지만 또한 행복한 사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것은 분명히 국가정책의 결과였다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수년 전, 한 언론에 소개된 부탄 해외 유학생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다니던 한 부탄 유학생이 외국에서의 고소득 직장마저 포기하며 고국으로 돌아갈 결정을 했다는 것인데, 그는 다음과 내용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을 많이 하고 외국에서도 살아봤지만 그럴수록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직도 부탄의 거의 모든 해외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언론은 부탄이 국민보건, 교육, 환경 개선에 힘 쓸 뿐 아니라, ‘뜬구름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전하고 있다.

 

부탄이 ‘국민총행복지수’를 측정하는 핵심지표는 불과 아홉 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시간의 활용’이다. 경제적 풍요와 물질적 만족이 곧 행복이라고 믿어왔던 세계에서 행복은 GDP순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는 부탄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행복의 뿌리를 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도 GDP를 대체할 새로운 국가지표를 찾기 시작했다.

 

UN도 올해 세계행복보고서를 내면서 “국내총생산(GDP)을 근거로 한 경제조사 방식이 국내총행복(GNH)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풀꽃’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말끝마다 시간이 없다고 하는 당신은 빼앗긴 그 시간을 되찾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장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