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현재 미국 시민권자 케네스 배, 한국명 배준호씨를 아홉 달째 억류하고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케네스 배씨가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진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왜 북한이 이런 사실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북한의 계산을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케네스 배씨. 북한이 그를 왜 억류하고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최근 조선신보가 케네스 배씨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지요, 먼저
그가 치료받고 있다는 평양친선병원부터 알아보시죠.
정영:
평양 친선병원은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 2동에 있는 병원인데요, 주변에 외국 대사관들이 있는 한
가운데 있는 데,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혹간 미국이나 중국에서 간 해외동포들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사실이 있어 외부에 꽤 알려진 병원입니다.
배씨가 치료를 받는 병원이 외국인 전용 병원이다 보니 병원시설은 괜찮아 보입니다. 배씨를 치료하고 있는 북한
의사도 위생복을 산뜻하게 입었는데요, 배씨에게 여전히 외국인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배씨가 수감된 곳이 북한 특별교화소 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교화소 병원에 가야 되는데, 왜 평양친선병원에
갔는지는 이해가 좀 안됩니다.
최민석:
혹시 특별교화소 병원이 너무 한심해서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가 수감되어 있다는 특별 교화소도
공개된 적이 있지요?
정영:
지난 7월 초 이것도 조선신보가 보도했는데요, 당시 “배준호가 지난 5월14일부터 ‘특별교화소’에서
교화생활을 시작했다”며 사진을 몇 장 공개했습니다.
당시 배씨는 103번이라는 번호가 붙은 죄수복을 입고 콩밭에서 김을 매는 모습이 나왔는데, 교화소 감시병들이
계속 그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배씨가 수감된 감방도 공개됐는데요, 약 3평 남짓한 방에 침대와 책상, TV
등이 놓여 있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침대보는 깨끗해 보였고, 빨간 이불이 있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외부에 교화소를 공개하기는 이례적인데요, 어떻습니까, 정영기자 보기에 북한의 일반 교화소의
분위기와는 어떻습니까?
정영:
그때 배준호씨가 수감된 감방을 보니까, 침대도 있고, 책상이 있고, 텔레비전이 있는 정도이면 북한의
웬만한 호텔수준입니다. 북한의 일반 여관에도 텔레비전이 없거든요.
북한의 일반 교화소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데요, 교화소 감방안의 배수가 잘 안되어 악취가 풍기고, 바닥은
마루바닥이고, 바람벽은 시커먼 콩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였고 뙤창문이 하나 있는데, 우중충합니다.
그 안에 죄수복을 입고 사람들이 똑바로 앉아서 교정을 받고 있는데요, 감방 질서를 어기면 바로 매가
들어갑니다. 감방에는 이와 벼룩이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배씨가 수감된 방은 일반 호텔수준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최민석: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용 교화소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이 왜 이렇게 교도소를
공개하고 배씨가 병원치료를 받는 모습을 자꾸 공개할까요,
정영:
케네스 배씨를 기사화하고 있는 조선신보가 글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미국 정부가 배씨 석방에
노력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12일 보도된 조선신보 기사에도 배씨는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줘서
제가 북한에서 사면을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영향력이 있는 미국 고위관리가 와서 배씨를
데려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민석: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이 배 씨의 석방을 놓고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하는데, 그런 정치적 계산이 있는 건가요?
정영:
북한은 과거에도 억류 중인 미국인을 인질로 미북 대화 물고를 튼 적이 있지요. 대표적으로 2009년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억류했다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끌어내어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유엔제재로 극도로 고립된 국면을 타개한 바 있습니다. 또 2010년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불러들여,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를 석방하는 대신 대화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고는 제재를 받을 때마다 억류했던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관례가 되풀이되고 있군요.
정영:
그러니까 이번에 배씨의 경우도 그렇게 해석하게 만드는데요, 이런 식을 어쩌다 한번씩 써먹어야 하는데
자꾸 되풀이 되니까 북한의 꼼수가 엿보이는 거지요.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하면서 두 차례의 유엔제재 결의를 받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도발에는 보상이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북한은 현재 배준호씨 문제를 미끼로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고 보면 배씨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비해 인질로 잡힌 것 아닌가요?
정영:
배씨의 체포날짜가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 3일 이었습니다. 배씨가 체포된 다음에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올해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은 배씨를 담보로 후폭풍을 어느 정도 계산하고 있다는 소리군요. 자국민 보호를 중히
여기고 있는 미국정부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해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겠군요.
정영:
사실 배씨는 지난해 11월 3일 여행사 안내원 자격으로 관광객들을 이끌고 북한 나선시에 들어갔다가
북한당국에 체포되었거든요. 당시 배씨는 길가에서 헤매는 꽃제비들을 촬영하다가 붙잡혔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배씨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간첩행위를 했다면서 15년형을 구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혹시 북한 주민이 미국 땅에 들어와 범죄를 하다가 억류됐다고 합시다. 마약이든 절도든지요, 그러면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와서 데려가겠나요?
정영:
아마 모른다고 잡아 떼겠지요. 좋은 일도 아니고 북한 주민이 외국 감옥에 갔다고 하면 아마 그런 사람
없다고 딱 잡아 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83년 미얀마 낭군 폭발 사건 때도 북한 공작원이 잡혔는데,
그가 자기는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이라고 인정했는데도, 북한은 성명을 발표하고 “그런 사람 없다”고 딱
잡아떼서 그가 감옥에서 20년동안 복역하다가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그렇게 북한에 인권이 없다는 애기군요. 만약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들어가서 배씨를 데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정영:
북한은 미국정부가 배준호씨를 데려가지 않아도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왜냐면 그에게 좋은 방을
제공하고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하고, 또 북한에서 진짜 잘못되기라도 하면 굉장히 난처해지기 때문에 빨리
데려가라고 안달이 날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의 행태는 인질을 억류시켜놓고 몸값을 달라고 하는 테러분자들이나 다를 바 없군요. 북한도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려면 남의 나라 시민을 잡아놓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 아니라 공과 사는 구별해
인도주의 입장에서 배준호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