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타 김(1956년
생).
본명 김석중. 본래 기계공학을 전공...
모든 작품은 작가의 사상을 담고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아타 김의 작품에서는 사상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에게는
철학이 먼저이고, 그의 사진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을 전달해주는 언어가 된다. 그리고 그 언어는
영상언어라는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시각적이고 단도직입적이면서 상징적이고 충격적인 요소를 예술성으로 풀어내는 달관된 경지에 이르러
있다고 느껴진다.
나는 사진이라는 세계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의
사진작품을 통해 또 다르게 표현되는 삶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아타김의 사진세계를 전문적으로 쓸 수 있는 분의
글을 올려 특집 한다.(장재언)
김아타의 사진세계
글 / 마이스 그레이 /
Mice Grey는 뉴욕에서 글과 사진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이다.
아타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감동과 전율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 멜리사와의 인연은 결국 그의 대표작인 ‘Museum Project’가 2001년
Aperture 165호에 특집으로 소개 되고 2004년 Aperture Foundation에서 사진집 발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작업은 세계사진의 중심인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ICP)의
큐레이터인 크리스토퍼 필립스에게로 이어졌고 3년 전, 순수예술가(Fine Artist)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ICP
Museum에서 개인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후 3년간의 심의와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6월 8일 비로소 그 막을 열었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ON-AIR Project 043, Bangasayu 15 men,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145×180cm,
25년간 한가지 일로써 한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사진계에서 ICP는 ‘The Great ICP(위대한 ICP)”라고
불린다.
그럴 만 한 것이 이 곳은 의미 있는 역사와 주요기업들의 막강한 후원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진제국이 되어 버린 곳이다.
매그넘의 창시자 4인 중 정신적 지주였던 Robert Capa, 그의 형제이자 Life紙 사진기자였던 Cornell
Capa는 1974년 사진취재 중 사망한 4인, 즉 형인 Robert Capa를 비롯, Werner Bischof,
David Seymour “Chim”, Dan Weiner을 기리며 ICP를 세우게 된다.
창립의 취지는 인류애(Concern for Humanity)이다. 이런 고유의 창립취지와
세계사진의 중심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은 ICP를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2006년 6월, ICP미술관 1층 타이틀 월 전면에 ‘Atta Kim:On-Air’
가 붙는다.
‘변화는 한 순간에 일어난다.’
ICP에서 일하는 필자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보수적인 ICP에서 극도로 개념화된
작품을 걸고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관과 양쪽 외벽까지 다 내어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것은 한국인을
떠나 어디에서도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Constructured Photography가 1980년대 이후 Contemporary
사진을 이끌어 오며 약진하였음에도 끄떡하지 않던 ICP였다.
최근까지도 ICP의 주된 화두는 이전에 발견하지 못하고 사장되었던 사진가들, 예를 들어 지난
1981년 22세의 나이로 뉴욕스튜디오에서 몸을 날려 요절한 Francesca Woodman 같은 사진가들을 발견하는 기쁨
정도였다. 고만고만하게 연명해나가고 있던 사진계 한 가운데 ‘ATTA KIM’이란 달에서 떨어진 아주 커다란 파편이 새로운
자장(磁場)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Atta Kim, ON-AIR Project, New York Series,
57th Street, 8 Hours,
2005,
금번 아타김의 전시 ‘On-Air’가 독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안 미술관 지하층에서는 미국 사진계가 떠받들고 있는
Weegee와 Eugene Atget 두 사람의 전시가 공간을 나누어 열리고 있었다.
두 세달마다 한 번씩 있는 ICP의
전시구성은 ICP의 수석큐레이터가 어느 것을 주관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갈리는데 Atta Kim: On-Air 전시는
ICP Museum 의 메인 미술관인 1층 전관에서 열리고 아래층의 전시는 Kodak의 큐레이터에 의해 각각 진행되었다.
전시초청장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위에 Atta Kim, 그 아래 Weegee, 그리고 Eugene Atget가 쓰여져
있다.
ON-AIR Project 077-3, The Last Supper,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140×125cm, 55.13×49.21 inch, 2003
다시 물어보자.
당신이라면 하겠는가?
25년 후 최고봉에 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그의 작품은 이제 뉴욕의 거대갤러리들이 서로 붙어
전속을 맺으려고 난리며, 그의 작품 한 점당 이 곳에서마저 기가 막힐 (whooping) 가격인 5만불 이상에 팔리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와 뉴욕 선(The New York Sun)紙가 각각 그에 대한 기사를
6월 11일, 6월 15일자 신문을 통해 아트섹션 2/3를 할애해 실었다.
뉴욕타임즈의 홀랜드커터(Holland Cutter)기자는 그의 작품 ‘New York Series 8
Hours’를 소개하며...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All things eventually melt away)라는 아타김의 말을
인용하였고,
Sun 지(紙)의 데이비드그로즈(David Grosz)는....
‘On-Air Project, 100 countries/100
men 및 DMZ 시리즈’를 통해 “그의 전시작은 인간의 육적존재와 개인적 정체성의 이동을 이미지화한 최고의 작품이다”며
극찬했다.
한 순수예술가에게 쏟아지는 이런 관심과 찬사는 ‘성공’이란 단어로는 숨이 찰 지경이다.
David Hockney는 “진정한 아티스트는 그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된다”(an artist must be
judged by what he does rather than by what he says)고 말한 바 있다.
아타김의 일관된
주제인 ‘정체성’은 행동과 관계, 그리고 경험으로 팽팽히 말려(rolled-up)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들, 이들은 땅 위를 걸으며 발자국을 보고, 자신의 소리를 듣고 피부를 느끼며 자신의 존재에서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반면, 또 한편에는 존재에 대해 불확실한 사람들,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공포로 떨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두개의 세계 사이에서 사로잡혀 떠도는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이다. 이들에 대한 숨어있는 애정은 필자가 아타김의 정체성
탐구에 대해 무한한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극도로 개념화된 그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점이 있다.
이미 오래전 Francis Bacon은 일관적인 순수 추상성(pure
abstraction)에 반대한 바 있는데 이는 많은 추상예술작업이 알맹이가 없는 장식에 불과하기 때문이고, 그러기에 그는 평면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보는 이의 ‘신경시스템’에 직접적으로 붓질을 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도리어 가장 날카로운
이미지로 응고되어 머리를 친다.
아타김의 이미지는 바로 그러한 강렬한 터치를 담고 있다.
그의 이미지는 사진과 미술을 아주 가볍게 넘나든다.
ICP 큐레이터인 크리스토퍼 필립스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는 “시네마틱한
스케일, 드라마틱한 구성, 세련된 기술로 현대사진계에 있어 가장 강렬한 이미지이다” (“the most visually
spectacular to be seen”).
그렇듯 그의 손길은 당신의 신경시스템으로 직접 전달된다.
그는 말한다 “지난해 중국 그룹전은 중국의 변화해 가는 겉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아타김의 개인전은 동양사상을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였다. 중국 작가들이 아타김의
현재 정체성까지는 도달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나는 미천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살아오면서 몇 명의 저명한 사진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 말라”한다.
마치 예술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며 이것이 모든
Contemporary 분야에 있어 일종의 룰이 된 것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종잡을 수 없는 추상성.’ 그들의 전달형식에 대해 부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글쓰기에서 시작된 일탈된 나의 시발점이 문제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타김의 이미지를 보며 느끼는
재미가 바로 여기 있는데 그는 참으로 신비스럽게 이 두 가지 범주를 다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키스'는 남녀 15쌍이 키스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포개놓은 것이다.
가장 Contemporary 적인 이미지를 투시하면서도
말할 것을 다, 그것도 아주
명확히, 말하고 있다. 그의 이미지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며 경험이다. Constructured Photography의 특징인
가상성과 상징성 위에 현실을 덧씌워 빠져나갈 곳이 없게 만드는 새로운 에너지이다.
1980년대 초기 설치사진작가로 반향을 이끌며 발표되었던 Sandy Skoglund의 ‘Radioactive
Cats’와 ‘Maybe Babies’라는 작업을 기억하는가?
초록색 인형으로 만들어진 고양이들이나 사람크기의 아기들을 사용한
상징적 작업들인데 눈에 새로운 이미지만 있을 뿐, 애매모호한 정치성만이 지면을 메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타김의 이미지, 특히
‘Museum Project’에서 상징과 형상은 곧바로 나의 경험이 되어버린다.

ON-AIR Project 077-5, The Last Supper,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140×200cm, 55.13×78.74 inch, 2003
‘Double Entendre’, ‘깊은 곳을 찌르고 또한 즉각적인 위안을 준다.’
아타김의 파격적인 이미지는 당신의 눈을 잡아 매어 놓고는 서서히 내부를 자극한다. 그 앞에서 당신은 곧 발가벗은 눈(‘naked
eyes’)이 되어 버린다.
어느 화창한 날, 뉴욕 한 가운데서 만난 그가 나에게 말한다.
“반응하는가, 그렇다면 반성하라!
반응하는 이유는 너의 상처가 곪아 있기 때문이다. 다 도려내어 새 살을 돋게 하라.”
나는 물어본다, “선생님, 운명이란
무엇입니까?”
“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일’이며, 일이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혜란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고 대화는 지혜를 찾게 하는 시작이자 끝이다.”
가시적 현실에 대한 “객관적-진실성”과 “주관적-감성”이 함께 녹아 있는
그의 작업으로 인해 우리는 눈으로만 보던 현실에 비로소 혀를 대어 맛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체성 발견으로 한 발 전진이다.
이번 ICP전시에는 그를 지금의 아타김으로 만들어 준 Museum Project 등, 그의 모든 연대기순 작업과 함께 ICP/Steidl에서
기획한 사진집이 전시와 함께 발간되었다.
2004년 Aperture Foundation에서 사진집이 발간된 이래 두 번째로 메이저
출판사에서 개인 사진집이 발간된 것이다. 책은 역사로 남기에 전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Atta Kim, ON-AIR Project, Monologue of Ice, Portrait
of Mao, 2006,
ON-AIR Project 113, Monologue of Ice, portrait of Mao,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203×248cm, 79.92×97.64 inch, 2006 (왼쪽)
ON-AIR Project 116-2, Monologue of Ice, portrait of Mao,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188×233cm, 74.02×91.73 inch, 2006 (가운데)
ON-AIR Project 116-4, Monologue of Ice, portrait of Mao,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n Artist’s Frame
188×233cm, 74.02×91.73 inch, 2006 (오른쪽)
이 전시에는 예수와 12제자 등 13인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모두 65컷의 이미지를 포개어 150×850cm 크기의 초대형
사이즈로 만든 `’최후의 만찬'을 비롯, 3년에 걸쳐 전세계 100개국의 남자 100명을 촬영해 포개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자화상’ 시리즈도 360×450cm의 크기로 전시되고 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얼음으로 조각한 대형의 마오쩌뚱(모택동)의 초상이 4일간 녹아가는 과정을 작업한
“얼음의 독백” 시리즈는 DMZ 시리즈와 마주하며 디스플레이의 백미를 살리고 있다.
모든 이미지는 뉴욕 최고의 제작처에서 190x
250cm의 대형 플렉시글래스로 제작 되었다. 또한 뉴욕을 주제로 8시간의 노출로 만든 New York Series 8
Hours가 선보여 뉴욕사람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Atta Kim, ON-AIR Project, The Sex Series, 1
Hour, 2003,
한 시간 동안 찍은 남녀 한 쌍의 섹스장면.
마치 현대무용 속의 엉킨 듯 몸부림치는 군무 같다.
뉴욕시리즈를 보며 어떤 갤러리어는 “오! 나의 뉴욕….” 울먹이며 말한다.
특히 이는 지난
2004년 MOMA 신축현장을 3년간의 노출로 담은 독일출신작가 Michael Wesely의 Open Shutter와 흥미있는
대조를 보여주는데 후자의 생산적, 건축학적 사료로서의 의미에 비해 atta kim의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라는 존재론적
용해가 극명한 의미의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하나 하나의 작업들은 atta kim에 의해 전혀 새롭고 자유로운
영향력(liberating influence)을 의미하며 이제 뉴욕은 그의 그늘 아래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례로 그는 이번 ICP 전시와 함께 6월 29일부터 8월 25일까지 두 달간에 걸쳐 요시밀로(Yossi Milo) 갤러리에서 ‘The Museum
Project’가 시작된다.
사람은 누구나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세상을 보는 순간, 눈을 둘 곳을 잃고 그것을 찾기 위한 먼 길의
여정을 시작한다. 길이 먼 이유는 보아야 할 것을, 경험해야 할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태어난 순간 우리는 가장 힘든
선택을 한 것일지 모른다.
나의 끊임없는 의문에 대해 그의 눈은 나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낸다.
“낯선 문을 두드려라, 항상!
손에 핏발을 세우고 다가가 잡으라.
그리고 힘입게 잡아 당기라. 그 안에 나와 네(我他)가 있다”
글·마이스그레이
Mice Grey는 뉴욕에서 글과 사진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이다.

뉴욕 한 전시장에 전시되고 있던 이 사진이
지나가던 빌 게이츠 눈에 들어 선뜻 그 자리에서
빌 게이츠가 1억을 주고 사간 사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라는 철학을 담고 있는
이 사진은 8시간 동안 타임스퀘어의 모든 움직임을 담았다.
카메라의 렌즈를 오래도록 열어두면 움직이는 사물들은
모두 흐르는 물처럼 보인다.
위 사진에서 차도, 사람도 모두 물처럼
흘러버려 보이지 않는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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