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의료비가 가혹하다는 사전 정보는 있었으나
구체적인 경험은 없었는지라 막연하게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연수중인 한 선생님께서
첫 테잎을 끊으심.
새벽에 자던 중 극심한 복통으로 앰뷸런스를 부르려
하였으니 현지 사정을 잘 아시는 교포분의 만류로 일단 부인이 운전하는 자가용으로
스탠포드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
진찰 받고 CT 찍고 요로결석 확인되어 수액 맞고
진통제 주사 맞고 세 시간 정도 응급실에 있다가 바로 퇴원.
돌은 저절로 소변으로 빠졌는지 다행히 이후로는 멀쩡.
이제 청구서가 얼마어치가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한 달 만에 집으로 우송됨. 무려 6,000불...
우리 병원 응급실 같았으면 CT도 찍고 피검사도
하고 새벽의 응급진료이니 할증 비슷한 응급진료비가 더 붙어서 본인 부담금이 한
삼십만원 나왔을라나?
거의 700만원 돈이니 역시 미국은 비싸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후로 청구서가 세 장이 더 날아왔단다. 총 합은
16,000불. 거의 1800만원 돈... 크허헉!!!
만약 앰뷸런스를 불렀으면 2,000불이 더 붙었을 거란다.
구급차 타고 응급실 가서 잠깐 뭐 하고 오면
2,000만원을 그냥 묻고 와야 하는 것이다. 우리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네 번 할
수 있는 돈...
다행히 보험은 들어 놓고 왔으니 어찌 처리될 지
궁금.
미국은 아팠다간 정말 큰일 날 곳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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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의 딸아이 학교 풍경.
Dancing with Daddy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100불을 내고 아내가
신청해 놨다 하여 무엇인가 했더니 학교에서 파티를 하는 것으로 딸과 아빠들만
참석할 수 있다는 것.
옷을 화려하게 입고들 오라하여 가진 옷 들 중에서
색이 튀는 옷을 골라 입히고 갔더니 현지 애들은 반짝이 입고 돌아다님...
한국인 팀은 우리 부녀 단 한쌍.
백인 아빠들 삼삼오오 모여서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으나 아는 이 하나 없는 나는 뻘쭘의 공포에 휩싸임.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고 뭐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눈치도 안 보이는 바 차라리 신나게 놀다
옴.
졸지에 딸의 춤선생...
치장한 학교 체육관에서 딸과 아빠들이 춤추고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지고~
다음 기회에는 작정하여 한국인 다섯 팀 정도만
참가하면 아주 재미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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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면허시험 합격한게 7월 말인데 한달이
넘도록 우리 부부의 면허증이 통 오지를 않아 9월 중순에 DMV(
Department of Motor and Vehicles)에 전화. 당연히 안
받음.
언제나 그랬듯이 DMV에 직접 찾아가서 왜 안오냐고
했더니 우리 신분확인이 안 되어서 그랬단다. 준비해간 여권을 비롯한 각종 서류로
확인 시켜 줌.
"3주 이내로 면허증을 받을 수 있을거야~"
혹시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10월이 끝나가는
오늘 우리 부부는 다시 DMV로 출동.
면허증 아직 안 왔다고 하니 신분확인이 안 되어서
그랬단다.
그럼 지난 번에 우리의 신분을 확인해 준 직원은
누구?
우리 부부 모두 식스센스를 지니고 있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을 보는 능력이 있는 것인가?
아님 반대?
이 냥쏨의 개 Shake It 같은 놈들앗!!!
2. 처음에 집을 구하고 이사를 들어 오면서
인터넷과 TV를 패키지로 신청했었음. 한달에 69달러.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우리 식구가 TV를
거의 보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TV를 해지하고 인터넷만 사용하자 하여
전화를 했었으나 ARS 안내만 연속. 겨우 겨우 연결된 직원은 약정이 걸려
있어서 해지시 별로 이득이 없고 전화로는 곤란하고 Cable TV의 셋톱박스는
직접 반납을 해줘야 되고 등등등 해서 됐어 언제나 그랬듯이 직접 찾아가마 하고
끊은 적이 있음.
마침 오늘 DMV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Comcast 사무실에 들렀음. 물론 기계 다 뜯어서 가져감. 앞 줄에 세명
있었는데 한 20분 정도를 기다려서 우리 차례.
나: "TV 해지하려 한다"
직원: "노 프라블럼"
나: "그래? 약정은 어케되고?"
직원: "응? 약정 없는데?"
나: "...... 그건 그렇고 인터넷만 쓰게 되면
얼마야?"
직원: "응, 6 Mbps 속도 나오는 건 한달에 26달러. 24 Mbps
나오는 것은 한달에 66달러"
나: "응? 뭐 그리 차이가 많이나? 그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은 속도가 얼마짜린데?"
직원: "24 Mbps"
나: "그럼 TV 해지하면 한 달에 3달러 아끼는
거야?"
직원"맞아. 너희가 하고 있는 건 기획상품이라 싼 거야. 차라리 56달러 짜리
상품을 쓰지 그래? 24 Mbps와 TV 기본채널이 제공되는 거야"
나: "어떻게 인터넷 온리보다 TV 합친 게 더
싸냐? 말이 돼?"
직원: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뭐 일단 그래"
나: "...... 푸휴... 그럼 그걸로 할께..."
그래서, 바꾸고 나옴. 뜯어간 장비는 다시 그대로
복구.
그런데, 인터넷이 무지하게 느려짐.
인터넷 속도측정 프로그램 돌리니 7 Mbps 나옴.
퍼뜩 저렴한 6 Mbps도 있다고 했던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아... 또... 닭질 당했구나...
이번엔 Comcast로 전화. ARS로 이리 저리
돌리더니 10분 기다리래서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되지도 않는 Comcast 광고를
하염없이 듣고 있다가 20분만에 직원연결. 다시금 담당이 아니라며 돌리기 시작.
네 번째에 제대로 응대.
나: "인터넷이 무지 느려졌어요"
직원: "이름, 주소 대세요"
나: "블라블라블라"
직원: "속도 얼마 나와요?"
나: "6메가요"
직원: "이상하네? 24가 나와야 되는데? 아, 오늘 뭐 바꿨어요?"
나: "이러저러해서 요래조래 했었어요"
직원: "아... 하나가 입력이 잘못 됐네요. 지금 수정했어요"
나: "감사"
이런 개 Shake It!
지금은 인터넷 팡팡 돌아감.
고급인력들을 제외한 미국의 일반 서비스업종의
퀄리티는 진정 쓰레기!!
아,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
조국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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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은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입주한 날이다.
1주일 이상의 여관생활을 마치고 집이 생겼으니 우리 가족은 트랄랄랄라~
흥겹게 장을 보고자 차를 타고 나와서 생소한 미국의
운전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길을 가는데...
갑자기 백미러에 비치는 뒷풍경이 현란해졌다. 빨간불
파란불이 번쩍번쩍, 하얀불도 휘영청~ 갑자기 환해진 뒷풍경에 의아해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에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 경찰차...
무식하고 힘 좋게 생긴 미국 경찰차... 하이빔을
번쩍거리며 열린 창문으로 세우라는 손짓이 보였다. 경찰의 정지신호를 받은 경우
안전한 곳에 정차하라는 매뉴얼대로 길가에 정차.
괜히 차밖으로 나가면 총 맞는다는 괴담도 들은지라
핸들을 양손으로 잡고 창문을 열었다. 여자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어슬렁
걸어오더니 면허증 달란다. 면허 시험도 안 본 상태였으니 국제면허증 제시.
멈칫하며 한숨을 한 번 내쉰 여경은 여권 달라 자동차 보험증서 달라, 어디사냐,
미국에는 왜 왔냐 꼬치꼬치 캐물음.
나는 한치 앞이 안보이는 운명에 몸을 맡기며 달라는
대로 주고 묻는대로 답해 줌. 나한테 왜 이러냐 물으니 Stop sign을
위반했단다.
무슨 소리냣! 나는 오는 길에 Stop sign을
본 적이 없다 따지니 개무시...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이방인에게 혹시 선처를
베풀까 기대하며 한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봤으나 왠 통닭집 배달부가
신용카드 계산을 위해 들고 다닐만한 기계덩어리를 들이민다.
말로만 듣던 TICKET. 딱지 끊는 것임. 오늘
이사 온 첫날이다. 좀 봐달라 등등 고국에서 하던 매뉴얼을 시전 했으나 역시
개무시. 기계에다가 싸인 하라고 내민다. 난 인정 못한다. 고로 싸인도 못한다
버티니 따질 거 있으면 Court 가서 따지란다. 테니스코트는 아닌 것 같고
혼시 재판받는 그 곳?
황당해서 그럼 judge를 만나는 것이냐 물으니
그렇단다. 아... 교통위반으로 재판도 받는구나.
그래도 인정 못하겠다고 버티니 싸인을 하기 싫으면
다른 방법이 있다고 여경이 말한다. 솔깃한 나는 "뭔데" 물었고 여경은 "go
to jail"이라 대답. 영어가 짧으니 헛게 들리는구나라며 여경에게 반문,
"Jail? 그니까 거... Prison?" "Correct".
아... 이사온 첫날 교통위반하고 감옥 가는구나.
사식은 한식으로 넣어주려나? 등에 감옥소 지도를 문신으로 새기고 나를 구하러
들어올만한 사람은 누가 있으려나? 거기도 건장한 죄수들이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고 그러는델까? 마음이 심난해진 나는 힘없이 싸인을 했다. 한다발의 종이가
뿜어져 나오고 띁어서 준다.
"저기 벌금은 얼마나 나오나요?" "한 300불
나올 걸?"
크어헉! 33만원? 집앞에서 교통위반 했다고
33만원?
그날 점심때 돈 아끼려고 콜라도 안 시키고
물마셨는데 33만원?
아랍인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가 왠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여경에게 유린을 당한 나는 걸레가 된
심신으로 지나온 길을 되짚었다. 그리고, 사진의 장소를 발견...
바닥의 Stop sign은 거의 지워져 있고 세워져
있는 표지판은 오후의 햇빛에 을비쳐서 내가 인지를 못했던 것. 나중에 알고보니
유명한 장소였음.
캘리포니아 재정이 거지라더니 이런식으로 삥을
뜯는구나...
좋아, 이 사진으로 판사에게 따져 보리라.
안내장에 적힌대로 San mateo 법원의
인터넷사이트에 찾아들어가서 Citation No를 찍으니 290불 내고 털은
다음 traffic school을 수료하면 벌점도 없어진다.
따지고 싶으면 판사 만날 날을 잡아라 하여 따지려고
예약함. 참 일찍도 날을 잡아주는게 두달 뒤. 그래서, 오늘 10월 25일...
재판 받음.
살다가 재판도 받아봄.
(이어지는 스토리...)
그래서 재판을 받으러 Redwood City의
court로 행차. 아침 8시 30분까지 나오라 적혀 있어 8시 20분에 도착.
X-ray 검색대로 가방 통과 시키고 금속탐지기
통과해서 court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을 착착 선다. 줄의 끝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받을 때 인터뷰 하던 창구와 비슷한 창구가 늘어서 있다.
아... 간단한 재판이라서 약식으로 인터뷰하고
마치나 보구나... 하염없이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된 바, 창구앞에 받은 딱지랑
여권등을 들이 밀고 어케 하냐고 물으니 여기가 아니고 저기로 가란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진짜 영화에서 보던 재판소...
시간은 이미 8시 50분.... 으아악! 내 차례 지났으면 또 하염없이
꼬이겠구나...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진과 같은 진짜
법정.
저 높은 법정에는 판사 한 명 앉아있고 옆에는
사무원들 배석, 앞에는 총을 찬 보안관이 앉아 있다.
도대체, 내 차례는 지난 건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어찌해야 하는 건지 알 길이 없고 안내를 해줄만한 사람은 오가면서 이름을 부르고
있는 보안관 밖에는 없겠구나 하여 보안관에게 내 차례는 언제냐 물으니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자리에 앉으라고만 핀잔을 준다. 물어보는 거 왜 대답 안하냐고
따지는 언사를 날리니 대꾸도 안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 앉는 보안관.
여자 판사는 흘깃 한 번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저 엄숙한 법정에 서 있는 사람은 나 하나일세... 풀이 죽어 빈자리 아무데나
앉아서 옆에 있는 히스패닉 아줌마에게 어케하는거냐고 물으니 아마도 스페인어일
말로 뭐라뭐라 한다. 아... 멘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하고 법정 밖으로 나와서
들어온 입구 쪽부터 뭐 없나 살피기 시작. 그런데, 검색대 앞에 서 있는
중년남자의 품새에서 한국인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일수도
있겠지만, 그 뭐랄까... 동족의 피냄새...
안녕하세요? 하고 나지막히 던지니 흠칫 반응을
하신다. 올커니 다가가서 저 처음인데다가 미국온지 두달 막 지나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소연 하니 반가운 우리말로 "저기 안내문 있어요" 하면서 어느
벽을 가리킨다.
감사합니다 하고 벽때기를 향해 가자 A4 용지에
대충 인쇄해서 매달아 둔 명단이 있다. 뒤져보니 내 번호는 124번. 아까
나오기 전에 부른 번호는 45번. 휴... 아직 안지났구나... 그리고, 명단
옆에는 "당신의 권리"리고 제목이 붙은 인쇄물이 배치되어 있다. 한 장 뽑아들고
이동...
마음이 안정되어 다시 법정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재판과정을 살펴보니 이름이 불린 피고는 판사 앞에 서고 판사는
"네 권리 알고 있지?" 묻고, 피고는 "예".
"네 죄목은 이거, 유죄 인정?" "예"
"인정해줘서 고마워. 그럼 벌금에서 100불 깎아줄게." "감사" "그럼 나가서
돈내고 가" 이런 식으로 진행.
미드에서 흔히 나오는 형량 흥정이 이런데서도
이뤄지는 군. 가끔 버팅기는 사람들도 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아니! 아임 낫 길티!"
"그러면, 샌프란시스코 상급법원에서 다시 재판받도록 하고 날짜는 지금 예약해
줄께. 재판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어 갈 수 있고 벌금액이 지금보다 덜해진다는
보장은 전혀 못해. 그래도 괜찮아?"
일부는 깨갱하며 "그냥 지금 판결을 받을게...",
일부는 "그러지 뭐! 날짜나 잡아줘!"라며 배짱있게 나감.
많은 이들이 스페인어밖에 못하는 경우가 있어 가끔
통역이 나와서 통역해 줌. 이 동네는 스페인어만 써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

드디어, 내 차례. 미리 준비해 간 아이패드에
Stop sign이 지워진 그 사진을 띄워 놓고 들고 나감. 판사 왈 "네
권리는 알고 있지?" "응 그래.
읽어 봤어" "네 죄는 정지신호 위반. 맞지" "응
그래 인정해. 그런데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라며 아이패드를 들이밀자 판사는
손사레를 치며 "만약 더 따지고 싶으면 샌프란시스코 상급법원에서의 추가재판을
받도록 해. 지금 예약해 줄께. 추가 비용이 들어.....블라블라블라" 하며
사진을 볼 생각도 안한다.

써먹으리라 내 머리속에 구상해 놓았던 멋진
법정영화의 대사들은 바로 폐기처리.
"저... 지금 판결 받으면 얼마나?"
"백불 깎아서 191불. 교통교육비는 따로
추가.".....
"네, 감사합니다."
"응, 그래. 나가서 9번 창구로 가서 처리해".
바로 꼬리 내리고 9번 창구가서 돈내고 나옴.
교통교육은 온라인으로 받으라고 뭔 인쇄물 같이 줌. 나오는 길에 그 한국인
아저씨 계심. 나를 보며 한 마디...
"잘 끝났어요?"
"191불이요..."
"뭐, 그정도면 잘 했네. 앞으로 조심해요."
"네, 감사합니다. ㅠ ㅠ"
아... 우리말이 이렇게 포근하고 위로가 될
줄이야.
|작성자 이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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